Dec 23, 20205 min read ☕ (Last updated: Dec 27, 2020)

2020년 회고

TL;DR

올해 처음으로 회고록을 적어보는데, 사실 작년부터 써야지 생각만 하다 결국 놓쳤는데, 벌써 1년이 지나 쓸 때가 온 걸 보고 시간은 정말 빨리 가는 걸 실감하며, 2020년 회고지만 지난 2년 동안 일어났던 작고 큼지막한 일들을 하나씩 적어보려고 해요.

나중의 이 글을 다시 보게 됐을 때, 내가 어떤 게 부족했고 이 정도나 성장했다는 걸 느낄 수 있게 글로 남겨보려고 해요. 그럼 의식이 흘러가는 데로 한번 적어볼게yo

회사

어쩌다 보니 지난 2년 동안 총 3곳의 회사를 경험했어요. 여러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 회사

작년 2019년, 서울에 있는 한 머신러닝 스타트업에서 머신러닝 개발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됐어요. 학교와 현장실습체험 연계 겸사겸사 시작한 인턴이었고, 내가 원했던 분야의 직무로 취직하게 돼 기쁨과 동시에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많은 걱정을 하던 출근 하루 전날이 기억나는데, 저에겐 정말 값진 경험과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하루하루가 설레고 즐거웠던 9개월이었어요. 제 실력이나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한 탓에 팀원에게 미안한 것, 실수한 것도 많이 떠오르며 몇몇 분들도 생각나는데, 그래도 그런 저를 이해해줬던 모두에게 정말 감사해요.

한 번은 업무에 집중하지 못할 정도로 번-아웃이 온 적도 있었어요. 페이스 조절 없이 쏟아부으려만 했던 게 문제였다는걸 깨닫고 조절하려 나름 노력했지만, 쉰다는 느낌이 들면 시간 낭비 같고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 아니 어쩌면 강박에 제대로 여유를 가져본 적이 없던 거 같아요. 이젠 이 방식이 내가 쉬는 방식이 아닐까 생각하는데, 내년에는 꼭 대안을 찾아보자.

결론은 행복하고 성장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라 생각한다. 좋아하는 수많은 딥러닝 논문들을 읽고, 문제를 풀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모델과 기술을 개발하면서 기술적으로 완성해 갈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너무 기술 하나에만 몰두하고 있었단 생각도 들어 시야를 조금 더 넓게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생각이 든다. 또 하나 아쉬웠던 점은 커뮤니케이션, 잘하기엔 개인적인 노력도 많이 부족했는데 이 부분도 점점 개선해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운 게 있다면, 회사 뒤편에 조그마한 카페가 하나 있는데, 거기에 파는 쿠키엔크림 쉐이크가 그렇게나 맛있어서 기분 전환하거나 생각할 게 많을 때면 자주 가곤 했는데, 그 맛이 그리워지네요.

두 번째 회사

병특을 위해 다른 회사로 이직했어요. 이직한 회사는 여의도에 있는 어느 핀테크 스타트업에 머신러닝 엔지니어로 들어가게 됐는데, 이 회사가 여러 의미로 제가 많이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전에 다녔던 회사에 비해 일정과 업무 모든 게 체계적이고 힙한 기술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평소의 자유분방하고 도전적인 제 성격과 성향에 반대되는 회사라 처음엔 적응하기 많이 힘들었지만, 내 단점들을 고칠 좋은 기회라 생각해, 회사에서 주는 피드백을 최대한 고치려고 노력했던 거 같아요.

업무로는 평소에 관심 없던 딥러닝 모델 서빙용 서버 개발, 서비스 로직 백엔드 개발이 업무였는데, 이때 k8s 도 제대로 사용해 보고, 서버 장애 로깅을 위한 dashboard 작업, latency 최적화를 위해 모델 경량화와 server-side 쪽에 노력을 쏟고, A/B 테스트에서 좋은 성과, 짧지만 정말 남는 게 많은 시간이었어요. 처음에는 내가 원하고 생각한 업무랑 다른데? 생각도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첫 회사에서 고민하던 좁은 시야를 해소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 생각이 들어요.

하나 그리운 게 있다면, 여의도 커피란 카페에서 리모트 근무를 자주 했는데, 원하는 원두로 드립커피 먹는 맛이 있었는데, 이건 조금 그립네요.

세 번째 회사

이직을 한 번 더 했어요. 또 병특이 이유인데, 회사가 오해를 받아 병특 지정 업체에서 제외돼서 병특을 할 수 없게 됐어요. 그래서, 올해 6월에 다른 곳으로 이직하게 됐어요. 이직한 곳은 영화나 드라마 같은 컨텐츠를 서비스해 주는 강남에 있는 한 회사에요. 현재는 여기에서 현역 병특 TO를 받아서 올해 11월부터 복무 시작했어요.

영화를 정말 좋아하며 서비스 초창기부터 사용했고 고등학생 때부터 한 번쯤 일하고 싶다고 생각한 회산데, 직무도 머신러닝 연구원으로 병특도 하게 되면서 덕업일치 했다고 생각해요. 연구팀 업무수행 방식은 자유롭게 자신이 하고 싶은 업무를 오너쉽을 가지고 하는 방식이라, 직접 딥러닝 모델을 만들어 유저들에게 좋은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인 목표하고도 일치해서 만족하고 있어요.

하나 남겨진 숙제라면, 업무의 경계가 크게 없고 이것저것 많이 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선 꽤 즐거운 일이지만, 결국 여기서도 혼자 달리고 있다는 걸 느껴 언제까지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과 현업에서 한 팀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문제를 풀고 있는 다른 분들과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이런 숙제도 해결하는 걸 내 능력이라 생각하고 21년에는 멋지게 해결하게 화이팅 해 보자!

Kaggle

한동안 딥러닝 모델을 만들고 연구하는 업무를 못 할 때, 공부를 쉬었단 불안감에 대회도 나가보자 해서 올해부터 Kaggle을 해 보기 시작했어요. 현재는 Kaggle Competition Expert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얻어서 금메달 1개만 따면 Competition Master로 올라갈 수 있는데 GrandMaster 가 되는 날까지 더 화이팅 하자!

성과도 중요하지만, 말하고 싶었던 건 대회를 열심히 시작했다는 점이 아닌, 팀플레이에요. 올해 Cornell Bird Identification Challenge를 하다 만난 분들이 있는데, 이렇게 한 팀으로 협업해 본 경험도 처음이고 서로의 능력이 시너지가 돼 대회에서도 좋은 결과가 있어서 저에겐 정말 뜻깊은 경험이었어요. 대회 끝나고도 대회 연관해서 음성처리 관련 글을 써 보면 어떨까 제안해 주셔서 2달 동안 주말에 만나서 조금씩 글을 썼는데, 최근에 towardsdatascience 에 publish 했고 반응도 좋고 보람찬 경험이었어요. (좋아요와 팔로우 부탁드려요)

사실 제 분야에 있어서 같은 목표를 가지고 팀으로 협업한 경험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정말 저에게 환기되고 짜릿한(?) 무언가를 다시 느껴볼 수 있어 방전된 배터리를 100%로 고속 충전하는 느낌이었어요. 앞으로 계속 이런 활동을 하려고 노력하려고요!

논문

18년 초에 네이버 A.I 해커톤에서 개발한 모델은 기반으로 논문을 한 편 썼어요. 학교에서 학부 연구생 할 때 썼는데, 연구 쪽 경험도 하고 싶고 논문 쓰는 법도 지도받고 싶어서 교수님들께 부탁해서 작업하게 됐어요. 교수님들께 배운 점들이 많았고 제 고집 때문에 많이 힘드셨을 텐데 죄송하면서 그래도 끝까지 지도해주신 교수님들께 정말 감사드려요.

논문 주제를 한 줄로 정리하면, 정제되지 않은 한국어 문장을 잘 학습할 수 있는 CNN 모델 구조 w/ Attention를 제안했고. 교수님 추천으로 KTCCS 국내 학회에 publish 했고, 지금 학회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Highlights 리스트 첫 번째에 보여서 기분이 좋네요.

앞으로도 꾸준히 연구 쪽으로도 작업을 계속해 나갈 거고, 최근에 Super Resolution 쪽 생각한 아이디어도 있어 운 좋으면 내년 안에 실험 완료하고 작성도 시작해서 CVPR, ECCV 같은 학회를 목표로 해보자!

군대

제 병특때문에 많은 분들이 걱정해 주시고 적극적으로 도와주셨는데, 한 분씩 모두 감사하다 인사드렸지만, 다시 감사하다 말씀드리고 싶어요. 위에 지나쳤던 3곳의 회사 말고도 정말 다양한 분야의 회사와 면접만 세어보면 10번 이상 진행했는데, 그 썰을 풀기엔 블로그 여백이 부족해서 한 단어로 정리하자면 파란만장이라 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동안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결국엔 잘 풀렸으니 정말 다행이에요.

운동

올해는 운동을 위한 해였다. 평소에 코딩하면서 자주 피로함을 느꼈는데, 기본 체력이 부족한 거 같아 집에서 맨몸운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성격상 동기부여 제대로 된 건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 플란체를 목표로 매일 꾸준히 운동하고 있다. 덕분에 굽었던 뼈가 펴졌는지 모르겠지만, 키도 커지고 수족냉증도 사라지고 몸이 건강해 진 게 느낄 정도라 너무 만족하고 있다.

정리

이렇게 회고를 쓰며 생각들을 정리해 보며 돌아보면서 부족한 점과 앞으로 할 것들이 정리되니 조금은 홀가분해진 기분이네요. 꼭 연말이 아녀도 자주 이런 시간을 가져야겠어요. 마침 모델 훈련한 게 거의 끝나서 모델 확인하는 즐거운 시간 보내러 가야겠어요.

올 한해 특히 코로나 때문에 많은 분 힘드실 텐데, 이 글을 보신 분, 안 보신 분 모두 따뜻한 연말 보내고 내년에도 화이팅해요!